마취의 과학 NoSmoking

마취의 과학 
스와 구니오 지음, 손영수 옮김/전파과학사

 

마취 상태는 일종의 약물 중독이다. 이 지식과 임상 경험을 이용하여, 마취 의사는 약물 중독 치료의 전문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9/306, 머리말)


중독을 따라오다 보니 마취까지 왔다. 의식이 떠났다 돌아오는 현상 정말 신비롭다. 한 번 수면마취+수술 받은 적 있다. 내 의식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어찌나 겁이 나던지, 수술 자체보다 마취된다는 게 더 무서웠다. (술꾼은 마취가 잘 되지 않는다던데;) 수술 중 깨어나면 어쩌지, 아니면 영원히 깨지 않으면 어쩌지 등. 유서 또한 한 번 써봤는데 그때였다. (술꾼임에도) 다행히 마취 잘 됐고 잘 깨어났고 깨어나서는 안도해서 울었고 (유서는 버렸고) 보시다시피 지금 이러고 있다. 마취과학 정말 대단하다. 고통을 경감해주는 고마운 의학이자 외과수술을 획기적으로 바꾼 분야다. 술꾼 마취가 궁금할 분들을 위해 확실히 하자면,


우선 일반적으로 정맥 마취약은 술꾼에게서 가벼운 내성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술꾼에게는 마취를 시작할 때 마취약이 약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심이 되는 흡입 마취약의 작용과 술꾼인 것과는 관계가 그다지 없는 것 같다. (75/306)


그렇지만 술꾼은 간장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수술에서 출혈을 하기 쉽고, 시술 후에는 상처가 낫기 어려우며 폐렴 등의 합병증이 일어나기 쉽다’(75/306)고. 수술 전 1개월 동안은 술을 끊으라는 충고가 덧붙었다. 또한 지금 생각나는데 손톱에 매니큐어 칠해 있다면 지우고 오라는 지시가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으나 아마 수술 중 색깔을 잘 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혈액에 산소가 모자랄 경우 자줏빛을 띠게 되는 청색병은 입술과 손톱에서 관찰 가능하기 때문이다.


흡입마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기(笑氣, 아산화질소)는 1777년 프리스틀리(J. Priestley 1733~1804)가 발견했다고 한다. 프리스틀리는 <과학자들 3>에서 만났던 목사+화학자라 반가웠다. 산소만 발견한 줄 알았더니 웃음가스도 발견했잖아. (ㅎㅎ) 이후 소기의 마취 작용을 알아낸 사람은 1800년 데이비(H. Davy 1778~1829). 1818년에는 패러데이(M. Faraday 1791~1867)가 에테르에도 마취 작용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폭발의 위험이 염려될 정도로 잘 연소하는 성질 때문에 마취약으로는 쓰이지 않게 되었다.


통증의학도 마취과학의 하부 분과로 포함된 만큼 페인 클리닉에 관한 얘기도 이어진다. 예전에 턱관절장애로 고생할 때 인터넷 검색하다가 알게 된 신경 치료(?)가 그것이었나 보다. 신경 블록(block). 당시에는 무서워서 못 했는데 저자가 설명하기를, ‘신경 블록은 통증이 일어나고 있는 부위에 연결되는 신경을 마비시켜 통증을 제거하고 동시에 근육의 이상 수축을 없애 피의 흐름을 좋게 함으로써 효과를 나타낸다.’(264-265/306) 마취과학도 아직 많은 부분 더 밝힐 게 있다지만 턱관절장애 또한 내게는 미스터리다. (대마초에 턱관절장애 치료 효능이 있다. 그걸로 치료한 건 아니다. 처방 받은 약물에 신경안정제가 포함되어 있긴 했다)


환자의 호흡, 혈액, 산소량 등 마취의가 살펴봐야 하는 사항, 그에 관계된 기기들 변천사, 저자가 겪었던 일화도 간간이 소개한다. 약간은 산만한가 싶은 느낌과 예스러움도 없지 않아 서지정보를 보니 초판발행이 1993년이다. 최신 마취과학 책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내가 마취되어 누워 있을 때 (그렇다, 포크너) 누군가 나를 보살피고 있었을까. 흡입+전신마취 아니고 수면마취 따위는 그런 거 없나? 모르겠다. 아무튼 마취로 의식이 사라졌다 돌아온 경험은, ‘술이 깰 때까지 자시오’ 식 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극적이었다.


당신은 아마 그 사람들의 존재를 모를 것이다. 그들이 활동할 때는 당신이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알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수술을 하는 동안 당신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심전도를 감시하고, 호흡을 도와주며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연구를 계속한다. 이 작업이 ‘마취’다. 나는 이 마취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8/306, 머리말)



마취의 과학 + 과학자들 3 (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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