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1알라딘지름 술이깰때까지자시오


바로 책탑에 척 올리지 않고 이날은 인증샷을 남겼네요. 양말이 저렇게 노랑+검정으로 한 켤레랍니다. 연필깎이는 없지 않으면서 또 받고 말았습니다. 되게 작습니다. 연필이 뾰족하게 잘 깎이기는 하는데 깎인 사면에 나무 가루가 많이 묻어 나오네요? 기존에 쓰던 것은 이렇지 않았는데, 깎는 방식이 다른가 봅니다. 세로로 길고 하얀 것은 젓가락입니다. 그러고 보니…… 알라딘, 이제 숟가락을 주세요.


종류별로 다 받았거등요..


간단평과 틀린 맞춤법 대잔치 -무너진다리, 지옥여왕, 농담과학 NoSmoking

무너진 다리
천선란 지음/그래비티북스

20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인류는 지구와 닮은 행성 가이아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었다. 첫 임무는 실패하고 비행사 아인은 지구로 돌아온다…… 거의. 자기 의식이 이식된 안드로이드의 몸으로 아인은 몇 년 후 다시 눈을 뜨게 된다. 그 사이 로켓 핵 엔진이 아메리카 대륙에 떨어져 지구 절반을 파괴한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그곳에 인류는 안드로이드들을 보내 청소와 재건을 도모하나 어찌된 일인지 통신 두절 상태다. 안드로이드로 새로 태어난 아인이 파견된다. 기존의 안드로이드들의 동정을 살펴보는 것과 핵 엔진 회수가 임무다. 두둥. 비장함과 감동을 욱여넣기 마침맞은 스토리다. 그러나 그래비티 왜 이러셔요. 하얗고, 반질반질하고, 얇으나 무거운 내지는 빛을 반사해 눈을 공격하는데다, 오탈자와 이상한 문장 범벅이다. 몰입과 감동은 물 건너갔다. 포스트잇 플래그 인증.


이상한 문장과 자잘한 오탈자는 너무 많아 생략하고(썼다가 지웠고), 습관적으로 틀리는 것만 옮겨놓는다. 1. 잘못된 높임의 경우.


(72쪽) “아니다, 들을 수 있는 수업은 다 찾아들었어요. 제가 존경하시던 분이었거든요.” (->제가 존경하던)


2. 이어서는 표준국어대사전 납신다. ‘-던’과 ‘-든’의 차이를 보라.


-던: 과거의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어미.

-든: ‘-든지’의 준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일어나도 뒤 절의 내용이 성립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321쪽) 어찌 됐던 해인은 사람들이 듣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됐든)


3. 맞히다/맞추다


맞히다: 문제에 대한 답을 틀리지 않게 하다. 눈, 비 따위를 닿게 하다. 침, 주사 따위로 치료를 받게 하다. (‘맞다’의 사동사)

맞추다: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


(151쪽) 다리를 맞춰. (->맞혀.)

(162쪽) 급소는 절대 맞추지 못한다는 걸 이단도 몇 번의 대적 끝에 알았을 것이다. (->맞히지)

(163쪽) 더불어 메칼라가 옆에서 다리를 맞추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테드는 급소를 맞췄을지도 모른다. 만일 테드가 실수로라도 인간의 급소를 맞췄면 어떠한 구차한 변명도 통하지 않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었다. (->맞히라고, 맞혔을지도, 맞혔다면)

(344쪽) 심장을 맞추지 않았을 거야. (->맞히지)

(400쪽. ‘맞추다’ 제대로 쓴 경우:) 카인의 무리는 가던 걸음을 멈춰, 분해된 휴론들의 원래 몸을 맞췄다.


4. 묵다/묶다


묵다: 일정한 때를 지나서 오래된 상태가 되다. 일정한 곳에서 나그네로 머무르다.

묶다: 끈, 줄 따위를 매듭으로 만들다.


(312쪽) 인터뷰는 묶고 있는 워싱턴 호텔 로비에서 짧게 진행됐다. (->묵고 있는)

(495쪽) 제가 수영장 청소를 아직 하고 있었던 때, 어느 손님이 우리 숙소에 묶고 갔죠. (->묵고)


핵으로 파괴된 아메리카 대륙 모습은 기괴하고 황량해 멋지다. 안드로이드의 에너지원은 뭔지 (설마 무한동력 영구기관은 아닐 거면서) 알 수 없지만, 끝없이 쓰레기를 줍는 안드로이드들과, 자생적으로 적응하여 변모한 자연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짠하다. 시몬 스톨렌하그의 <일렉트릭 스테이트> 장면이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무너진 다리>다. 그래비티 책을 여러 권 사놨는데 들춰보니 각각 내지가 다르다. 교정교열 상태도 다르기를 기대하면서, 끝.



지옥에서 온 여왕 
해럴드 셱터 지음, 김부민 옮김/알마

희대의 살인마, ‘살인 농장’ 주인 벨 거너스를 되짚어준다. 벨 거너스는 1859년 노르웨이 셀부에서 태어나 1908년 미국 시카고 근교 라포르테에서 사망(혹은 행방불명)했다. ‘벨이 저질렀음이 “확인된 살인” 건수는 스물다섯 건이며,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살인 건수는 최대 쉰 건에 이른다고’(252-253) 한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시카고가 반가웠던 건 <화이트 시티>(에릭 라슨)와 <정글>(업튼 싱클레어) 덕분이다. 노르웨이인들의 유입이 활발했던 시기와 장소 되겠다. ‘1881년, 2만 5000명이 넘는 노르웨이인이 미시간호수 기슭으로 몰려왔다. 1980년대가 끝날 무렵까지 그 열기가 식지 않았던 대규모 집단 이주의 시작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노르웨이의 트론헤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부 해안 도시 셀부에서 온 22세 여성이 있었다.’(30) 바로 브륀힐드 파울스다테르 스퇴르세트다. 이후 벨 거너스가 되는 인물이다.


논픽션은 자료와 배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은데, 폄하가 아니라 경의다. 배치, 즉 취사선택과 구성은 픽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창의력을 요한다. 저자의 책상 위에 놓였을 방대한 자료들이 상상된다. 당시 언론들이 보도했던 기사와 태도, 사건을 선정적으로 소설화한 출판물, 재판 과정, 그 동안 벌어진 공방과 뜬소문 등 총 망라, 자신의 의견을 슬며시 끼워넣는 법 없이, 중립적으로 잘 전달한다. 어떻게? (요즘 우리 기자님들이 남용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따옴표로 이뤄진 문장들로. ‘연쇄살인범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의 범죄 논픽션 작가’(앞날개)답게 논픽션 특유의 건조함과 긴장감이 백미다. 시원한 결말, 즉 저자가 명명한 ‘인지적 종결cognitive closure’에 대해서는 말도 하지 않겠다. 스포방지이유로 끝.


참, 틀린 맞춤법 잔치해야지. 알마 책 좋아한다. 다만 때때로 황당한 오타가 당혹스럽다. 마치 급하게 인쇄를 넘긴 듯한 느낌이랄까. 특히 년도 표기는 알쏭달쏭해서 위 첫 문단에서 발췌한 문장의 ‘1980년대’는 1890년대가 옳지 않을까 싶다. 아닌가. 또 있다.


(45쪽) 계약서에 따르면, 매즈는 “1986년 4월 1일부로, 회사의 피고용인으로서 알래스카에 가서 금을 시굴하고, 금맥을 탐사하고, 원정대를 통솔하는 관리자가 요구하는 그 밖의 모든 일을 하는데” 동의했다. (1896년일 듯.)

(48쪽) 1990년 4월 10일 화요일 저녁, 알마스트리트에 있는 소렌슨 일가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900년일 듯.)


다시 표준국어대사전 납신다.


1. 좇다/쫓다


좇다: 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다.

쫓다: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하여 뒤를 급히 따르다. 어떤 자리에서 떠나도록 몰다.


(28쪽) 새로운 삶을 쫓아 미국으로 (좇아)


2. 들르다/들리다


들르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

들리다: 병에 걸리다. ‘듣다’의 피/사동사. ‘들다’의 사동사.


(86쪽) ‘정말요? 그것 참 이상하네요. 제니가 자기가 떠나기 전에 한번 들리라고 했는데요’라고 했습니다. (들르라고)

(122쪽) 벨이 처음 들린 곳은 자신의 변호사 멜빈 E. 릴리터의 사무실이었다. (들른)

(154쪽) 이들이 다음에 들린 곳은 벨의 변호사였던 멜빈 릴리터의 사무실이었다. (들른)


3. 붙이다/부치다


붙이다: 맞닿아 떨어지지 않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부치다(2): 편지나 물건 따위를 일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서서 상대에게 보내다.


(87쪽) 다음 반년에 걸쳐 와이드너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제니에게 편지를 여러 통 붙였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부쳤으나)


그 밖의 자잘한 오타는 아래에 기록해둔다. 알마 책 좋아하므로.


‘오스커’(182)로 등장했다가 어느새 ‘오스카’(185)가 되어 한 마디 함.

‘칼슨’(419) 부인이 ‘콜슨’(431)과 결혼함.

‘피터스’ 경무사(218)가 두 줄 아래에서 ‘피터’(218)가 되어 말함.

끈임없이(213, 끊임없이) 마성을(244, 마성이) 은수저(252, 은 숟가락) 다르면(330, 따르면) 칼슨의 제보(247, 윌스의 제보?)



농담이 이 정도라니 정색하시면 큰일 날 듯하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로 내공이 확인된 오후 저자가 썼다. 호기심을 스스로 채우고 보니 어라, 독자에게도 즐거운 양서가 돼버린 바람직한 경우다. ‘문과생’으로서 이야기하는 과학으로, 넓으면서 얕지 않다. 대뜸 질소, 즉 비료로부터 시작하더니 단위, 플라스틱, 성(전환), (소련)우주과학, 빅데이터를 거쳐 날씨에까지 이른다. 읽은 지가 오래되어 긴 독후감은 언감생심이다. 다만 오탈자를 보면 메일을 보내달라던 저자의 언급이 생각나 (무독후감+너무 늦은 메일이 민망한 김에) 틀린 맞춤법 잔치에 초대했다. 표준국어대사전 따위 필요 없는, 귀엽고 깔끔한 디저트 쯤 되기를 바라면서, 진짜 끝.


오타: 90쪽. ‘자신의 임기를 늘리고 싶은 관리들이 대제관에게 뇌물을 받쳤고,’ (바쳤고)

반복 실수(?) : 229쪽. ‘바로 우주 로켓을 바로 쏘아 올릴 수는 없다.’

탈자: 366쪽. ‘2010년 한국이 천리을 발사할 때,’ (천리안을)




0311알라딘 술이깰때까지자시오



뭘 넣어야 할지 모르겠는 두 가지를 받았습니다. 어린 왕자 유리병 실물 정말 귀엽습니다. 520ml 용량에 똥똥해요. (알라딘 이제 병솔을 주세요.) 프랑켄슈타인 초록 가방은 무척 큽니다. 속주머니에 지퍼 달린 건 좋네요. 에코백 들고 다니면서 늘 동전과 챕스틱이 돌돌 흘러나와서 불편했거든요. 뭘 넣어야 할지? 뭘 넣게 될지는 알겠는걸요. 병에는 술을, 가방에는 산 책과 팔 책을 넣겠지요. 희희.


감염 Smoking


감염
로빈 쿡 지음, 홍영의 옮김/오늘



이 시절에 <감염>이다. 이 시절이라서 눈에 띄기도 했다. 모두 조심하고, 쾌차하고, 힘내시길 바란다. <감염>의 원제는 ‘Outbreak’다. ‘감염’보다는 ‘발병’ 쪽이겠다만. 소설은 1976년 자이르(그래, 오래된 책이다. 현재는 콩고민주공화국이렷다)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의 몇몇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곧이어 1987년 미국.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로스앤젤레스의 한 클리닉에서 발병한다. CDC(질병관리센터)의 신입인 마리사가 역학 조사에 나선다. 첫 실전 경험인 셈이다. 시간차를 두고 세인트루이스, 뉴욕, 필라델피아에서도 순차적으로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접촉, 격리, 통제, 검체 분석 등 지금 친숙한 여러 말들이 나온다. 그러나 로빈 쿡이고 메디컬 스릴러이므로…… 음모, 음모다!


“에볼라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이 미국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에볼라는 모두 같은 것이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이 1976년 자이르에서 유행한 것과 똑같은 에볼라라는 사실이에요. 난 도저히 이 병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181)


마리사에 의하면 ‘역학 정보원이란 말하자면 의학상의 탐정 같은 것인데’(26) 말 그대로 탐정 역할 톡톡히 한다. 발병한 곳이 다 병원이고, 그것도 회원제 건강관리 시스템을 갖춘 현대적인 클리닉들이다. 네 곳 각각의 첫 환자도 의사에다 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환자의 여행력, 병력, 최근행적 등 서류 검토와, 전화 문의와, 발로 뛰어다니는 마리사의 활약이 빼곡하다. 물론 방해하는 자들의 개입으로 더욱 스릴 넘친다. 신입 주제에 똘똘하고 날렵하다. 똘똘하고 날렵한데, 어떤 면에서는 완전 허당이다. 소설 속 적지 않은 주인공(탐정)이 그러하듯 독자가 ‘에잇 바보!’를 외치도록. 에잇 바보를 세 번쯤 외치다 보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두둥. 절체절명의 순간에 난데없이 (로빈) 쿡, 터지는 웃음은 구판의 작은 오타 선물이다. 깜졸.



옛날 작품이라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고, 로맨스 요소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악한 음모는 흥미진진하다. 특히 미국 의료 현실에서는 있을법한 이권다툼 같기도 하다. 과장되기는 했겠으나 너덜너덜해지는 마리사의 모습에서 역학 조사관의 큰 수고를 본다. “역학자는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임상의와 전혀 다른 견해를 갖게 마련이라는 것을 명심해요. 따라서 하나의 데이터가 다른 의미를 가져다줄 수도 있어요. 임상의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적으로 보지만 당신은 그것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거요.”(57) 역학자, 임상의, 간호사, 검체진단 연구원, 확진환자, 나머지 시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조심하고, 쾌차하고, 힘내시길 바란다2. <감염> 개정판은 이런 모습이다.





벗겨진 베일 Smoking


벗겨진 베일 (워터프루프북) 
조지 엘리엇 지음, 정윤희 옮김/민음사

엄두가 나지 않는 <미들 마치>(주영사 완역본으로 1416쪽, 52,200원) 대신 간단히 만나는 조지 엘리엇이다. 예민하고 허약한 래티머가 화자다. 래티머는 미래와 속마음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 단 한 사람, 버사는 속마음이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속마음이 읽히지 않아서인지 형의 약혼자여서인지는...) 평탄치 않은 미래가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래티머와 버사는 결혼한다. 보았던 미래가 그대로 펼쳐진다. 아는 미래를 산다는 건 이런 걸까. 의욕이나 의지, 욕망이라곤 없는 래티머다. 한 달 후 닥쳐올 자신의 죽음도 훤히 내다보고 남기는 기록이 이 책인 셈이다. 제목의 ‘베일’은 무엇인가. 당연히 버사의 비밀 되겠다. 78쪽의 짧은 이야기다. 대작 작가의 간단한 소품 치고 포장은 고급스럽다. 미네랄 페이퍼로 만든 방수 책이란다. 신기한데, 물에 넣어보지는 않았다. 뚝뚝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프거나 무섭지도 않았고. 간단히 만났더니 더 궁금해지는 <미들 마치>잖아. 보관함. 예지력과 천리안이 없는 나의 보관함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인간 곁에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므로 야만성을 이기지 못하고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악마의 잔을 들이켜고 만다. 현명함을 얻는 데에는 지름길도, 전용 선로도 없다. 그래서 그 오랜 세월 내내 같은 실수를 반복했음에도 결국 인간의 영혼은 가시로 가득한 황야의 피와 도움을 간청하는 눈물로 물들이며 걸어가야 한다. (39-40)


투명 파우치+벗겨진 베일+거미줄 책갈피가 한 세트




우주적 책지름 술이깰때까지자시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1696


거창한 이름 보소. ‘이 광활한 우주점.’ 전국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매장 책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서비스다. 매장의 모든 책이 다 주문 가능하지는 않고 중고 온라인 판매량이 많은 책들이 대상인 모양이다. 매장 보유 책이 모조리 대상이면 좋겠지만, 오프라인 매장 특성 상 어려우리라는 게 이해된다. 온라인 주문 대상이 아닌 책은 여전히, 신발 신고 나가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발 신고 나가도 맨발로 뛰어온 덕후님을 앞지를 수는 없다는 점 감안... 아무튼 멀고도 먼, 체감하기로 중국 우한보다 먼 김해점을 이용해보았다. 동일 매장 주문금액 2만 원 이상이면 무료배송이다.



2만 원어치 3권. (품/절판본이 아닌 책들이라 조심스레 뒤태컷) 책들은 무사하다. 그런데 배송이 알라딘 직배송 주문보다 많이 느렸다. 5일 새벽에 주문하고 7일 오후에 수령... 아니, 이렇게 적고 보니 많이 늦은 것도 아니구먼. (예상 수령일이 6일로 되어 있어서 그래욧.) 이 주문만 그랬는지, 혹은 김해점만 이런지 모르겠어서, 다른 지점에도 주문해봐야겠어. 알라딘 보관함은 늘 넘쳐나니까. 오 알라딘 보관함이여, 잠재적 나여. (그런데 말입니다) 왜 사면 살수록 보관함은 줄지 않고 느는 걸까. 엔트로피 마냥. 그러고 보니, 거 참 신박한 이름이로고. 이 광활한 우주점, 우주적인 책지름.





큐브릭 + 게임 NoSmoking


스탠리 큐브릭 - 8점
스탠리 큐브릭 지음, 진 D. 필립스 엮음, 윤철희 옮김/마음산책


영화에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은 절반이 안 된다. 영화는 전통적인 드라마 구조를 재편했다. 과정이 플롯보다 중요해졌다. 지루함이 메시지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여행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자체가 우주여행이었다. 큐브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영화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147, 조지프 겔미스, 1970)


큐브릭 인터뷰집이고 발췌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얘기다. 아서 C. 클라크 단편에서부터 긴 버전으로 발전한 이야기. 과연, 소설과 영화는 다른 경험이었다. 클라크는 언어를 다루고 큐브릭은 화면을 다룬다. 화면을 다루기 위해 큐브릭은 또한 많이 읽었다. “바로 이거야.”(17)라고 할 목표물을 찾는 사냥꾼 같았다고 할까. 큐브릭의 거의 모든 영화가 유명한, 또는 큐브릭(버전 시각적인 경험)으로 인해 유명해진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다. 여기 써놓겠다. <킬링>(1956, 원작 라이어넬 화이트의 소설 『클린 브레이크』), <영광의 길>(1957, 원작 험프리 코브의 소설), <로리타>(1962, 원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원작 피터 조지의 저서 『적색경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원작 아서 C. 클라크의 단편 「파수병」), <시계태엽 오렌지>(1971, 원작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끝내 만들지 못한 <나폴레옹>(숱한 책들), <배리 린든>(1975, 원작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소설 『배리 린든의 행운』), <샤이닝>(1980, 원작 스티븐 킹의 소설), <풀 메탈 자켓>(1987, 원작 하스퍼드의 소설 『말년 병사들』), <아이즈 와이드 셧>(1999, 원작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 이야기(꿈의 노벨레)』). 헉헉.


1959년부터 1987년까지 인터뷰가 실렸다. 필모그래피로 보자면 (단편 빼고) <공포와 욕망>(1953)부터 <풀 메탈 자켓>까지다. 작품 수도 많지 않은 완벽주의자 감독은 말도 많지 않은데다 은둔자로도 알려졌던 터라 목소리를 듣는 기쁨이 크다. 인터뷰어가 달라도 큐브릭이 각 영화에 대해 반복하는 내용은 문장도 거의 같다. 인터뷰 이후 출판될 내용을 직접 검토까지 했다니 완벽한 성격은 영화에만 한한 게 아니었나 보다. 이런 철저함이 괴팍한 방식이 아니라 친절한 방식으로 느껴진다. 아니, 인터뷰도 영화 홍보 차원이기 마련이니 직업의 연장이랄 수도 있겠다. 직업에 관한 한 철저했고 그 외엔 (옷차림이나 체스 게임, 늘 옆에 있는 가족 등) 소탈한 모습이 아주 정겹다. 돈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하신다.


(우리 대화는 빠르게 진전되지 않았다.) 감독님 집은 어디에 있나요?

“아무 데도 없어요. 일하는 곳은 어디나 내 집이에요. 뉴욕에 플랫을 갖고 있긴 하죠. (…) 봐요, 나는 돈의 요점은 그걸 쓰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돈의 요점은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지 않은 영화를 만들지 않아도 되게끔 그걸 보유하는 데 있어요.” (39, 일레인 던디, 1963, 강조는 원문)


큐브릭은 편집에 특별한 열정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할리우드에서라면 엄두도 못 낼 독립성이다. 걸작이 탄생한 과정이 그랬다. 할리우드에서와는 달리 감독이 작업 대부분에 개입했다. 영화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젊은 시절 혼자서 단편영화를 만든 이력은 ‘영화 공장’의 분업 공정하고는 달랐을 것이다. 꼼꼼하게 모두 살피는 장인, 그러면서도 촬영과정은 퍽 민주적이었다고 한다(는 내용은 『큐브릭 게임』에서 보았다). 1987년까지의 인터뷰이므로 마지막 작품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은 볼 수 없다 해도 <샤이닝>(1980)에 관한 내용이 별로 없는 점은 아쉽다. 달 착륙 영상 촬영이나 타살에 관한 쓸데없는 음모론은 물론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영역이기 때문이겠다. 당연히 이어 읽었다.



큐브릭 게임 - 6점
데릭 테일러 켄트 지음, 최필원 옮김/책세상

1. 책 만듦새가 예뻐서 놀람. 2. 큐브릭 영화를 두루두루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만족. 3. 하지만 재미가 없음. 끝


이 아니고. 큐브릭 별세 후 15년 되는 날 큐브릭의 퍼즐게임이 과제로 주어진다. 누구에게? 영화학도들에게. 누가? 큐브릭(?). 퍼즐 하나를 풀면 다음 단계 퍼즐로 연결된다. 힌트는 당연히 큐브릭 영화들 속에 있다. 큐브릭 덕후 (당연히) 등장하고 (당연히) 영화 디테일 설명충이 되고 험난한 어린 시절을 겪어 성격은 (당연히) 더럽고 굳이 왜 넣었는지 모를 러브라인은 유치한데다 등장인물들이 대학생 일반인임에도 칼과 총이 나오더니 살인까지 벌어져 심하게 비현실적이다. 황당무계하고 작위적이야.


획득한 정보를 걸핏하면 숨기고 누구는 이중 삼중 스파이에, 알고 보니 적들은 (당연히) 프리메이슨, 큐브릭은 살해당했거나 아직 살아 있으며 심지어 아폴로 달 착륙 영상을 큐브릭이 찍었다는 음모론까지 막장... 달 착륙이 조작이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는다만. 웬만하면 개성미 넘칠 덕후 주인공조차도 매력 빵점이다. 액션이나 연애 같은 거 빼고 차라리 그냥 큐브릭 영화 설명충이 등장하는 담담한 이야기를 썼으면 낫지 않았을지. 이것도 어쩌면 할리우드의 폐해가 아닐까 싶다. 액션 미스터리 연애 강박.


달이 신의 손을 감추었습니다. 그가 당신을 잠의 나라로 데려가 줄 겁니다. 마지막 다리를 건너서 잃어버린 Q의 정체를 찾도록 해요.

이해가 되지 않는 힌트였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큐브릭은 지금껏 한 번도 달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큐브릭 관련 음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NASA가 그를 고용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연출시켰다는 것이다. 숀도 고등학교 시절 그 내용을 조사해본 적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주장이었지만 그 이론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309, 강조는 원문)






달걀과 닭 + 별의 시간 Smoking

달걀과 닭 - 10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봄날의책

작품 안과 밖으로 소문만 무성하던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를 드디어 만났다. 기억하기로는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에서 주마나 하다드가 무인도에 들고 갈 작가 셋 중 하나로 꼽았고(“무엇보다도 그녀는 내게 야만성을 되돌려준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중) 기억나지 않는 다른 데서도 종종 거론되어 기대와 아우라를 품게 했던 작가다. 책을 덮은 지 한참 지난 지금에도 아우라가 여전하다. 길거나 짧은 소설 26편이 실렸다.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 안개 속 목소리를 듣거나 추상화를 스치며 본 듯한 느낌이다. 허스키하고 낮은 톤에 돌연한 문장들이 산문시 같다. 옮긴이 배수아 작가가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럴법하다 싶은 분위기랄까. 독특한 가운데 둘이 닮은 듯도 하다. 『G. H.에 따른 수난』의 ‘기이한 목소리’(363, 옮긴이의 말)도 배수아 작가 버전으로 이어 보고 싶다. 리스펙트! 리스펙토르다.


장미가 그리웠다. 장미는 그녀 안에 환한 빈자리를 남기고 떠났다. 깨끗한 탁자 위에서 어떤 물건을 치워버리면, 그 뒤에 남은 더 깨끗한 자리 주변으로 먼지가 동그랗게 둘러싼 것을 보게 된다. 장미는 그녀 안에 먼지도 없고 잠도 없는 빈자리를 남기고 떠났다. 그녀의 심장에는, 이 세상의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 없이, 오롯이 그녀 자신의 소유로 간직할 수도 있었던 장미의 빈자리가 남았다. 더욱 커다란 결핍이 되어. (62,「장미를 본받아」)


『달걀과 닭』379쪽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14-15쪽. (빨간 펜은 내 소행)



나에 관한 너의 이야기 - 8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추미옥 옮김, 이승덕 감수/자음과모음(이룸)

‘열세 개의 이름을 가졌다’는 『별의 시간』이다. 우리 번역 제목은 저 열세 개 중에 없다만 설득력 있기는 하다. ‘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작가, 호드리고이고 ‘너’는 마카베아다. 마카베아는 어수룩하고 가난하고 젊은, 브라질 북동부 출신 여인이다.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 살며 타이피스트로 일한다. 가난과 아픔과 고통을 다 가졌으면서 ‘나는’ 이라고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 대변자이자 묘사자로 작가가 온 셈이다. 작가가 말하듯, ‘그녀를 자기 자신의 존재와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22) 마카베아는 자기 자신의 존재와 맞닥뜨리게 될까. 그렇다. 별의 시간, 마카베아가 드디어 ‘나는, 나는, 나는’(157)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온다. 비록 ‘전형적인 이야기’(20), ‘이야기가 너무 진부해서 꾹 참고 써내려가자니 힘겹다’(125)고 작가가 털어놓을 정도이지만. 전형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로, 또한 작가 호드리고의 펜을 빌려 리스펙토르는 자신을, 그리고 브라질 북동부를 구원한 걸로도 읽힌다. 리스펙토르의 마지막 작품이다.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그녀를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란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생명을 불어 넣어 주길 바란다. 마카베아는 지금 멈추지 않는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문처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어린 소녀를 죽임으로써 이야기를 쉽게 끝내고 빠져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 이상을 원한다. 나는 생명을 원한다. 독자도 스스로 복부를 주먹으로 쳐 보고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보길 바란다. 생명은 배를 주먹으로 맞는 기분이다. (156, 강조는 나)






수수께끼 변주곡 Smoking

수수께끼 변주곡 - 8점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잔(도서출판)


“이디스 워튼은 오랫동안 뉴잉글랜드에 살았지만 마흔여섯에 불륜을 저지르고 일기장에 적었죠. 마침내 삶의 포도주를 마셨다. 영국인 노교수는 그 문장을 사랑했어요.(…)” (244,「별의 사랑」, 강조는 원문)


콜바넴 작가 사랑쟁이 안드레 애치먼 단편집이다. 첫사랑부터 노년의 사랑까지 인생 단계별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화자와 몇몇 주변 인물들이 같아서 연작으로도 읽힌다. 화자 폴이 마시는 ‘삶의 포도주’를 함께 맛본다. 그러니 조심, 마실 때의 오르가슴은 다음날의 숙취를 잠재적으로 품게 마련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단편들로 읽으면 반짝이는 순간순간이 보이고 장편으로 읽으면 이보다 씁쓸할 수도 없다. 절정에서 끝나곤 하는 로맨스영화의 ‘이후’ 혹은 ‘한편’까지 품은 리얼리즘이랄까. 사랑의 대상이었던 이가 주변인 혹은 배경이 되어가는 가차 없는 인생 말이다. 박제된 사랑 혹은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순간일지언정 다음에 놓이는 에피소드에 의해 배반된다. 영화와 달리 삶은 계속되니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변한다. 알잖은가. 다만 기억할 뿐이다, 아프고 시리던 감정.


전부 다 기억했다. 특히 울고 싶어지던 기분, 기다림과 희망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를 보려고 기다리던 것, 단 한 번의 짧은 시선으로 마음이 심란해져 웃지도 못하고 무엇 하나 즐겁지도 않아서 차라리 그의 모든 걸 미워하고 싶어지던 마음. (22-23,「첫사랑」)




12마지막 알라딘 술이깰때까지자시오

 

뚤뚤 말아 놓으니 걸레 같쥬. 주기율표 플란넬 담요입니다. 보들보들한 감촉이 보기와 달리  무지 귀엽습니다. 세탁 후에도 여전해야 할 텐데요. <관계의 과학>에 따라온 린네 꽃시계는 꽤 예쁜 주제에 유리가 깨져 도착+교환 신청했습니다. 구랍(舊臘) 마지막 주문+새해 첫 배달 상자였습니다. 새해에도 달려 보아요. (지름 말고 독서:)



1 2 3 4 5 6 7 8 9 10 다음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