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로맨스 | 앤 래드클리프 |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18세기 영국 고딕소설의 대가 앤 래드클리프다. 여기저기 비평가들이 많이도 언급했던 <우돌포의 미스터리>는 아니어도, 심지어 제목에 ‘로맨스’가 들어가도 (200번째로 말하는 바, 로맨스 소설 싫어한다) 래드클리프여서 냉큼 사 보았다. (그리고 냉큼 실망하게 된다) 젊고 아름다운 아들린, 출생의 비밀을 스스로도 모르는 아들린, 계속 갇히는 아들린, 시를 짓는 아들린, 걸핏하면 기절하는 아들린. (스포 없음) 아들린이 두 번째로 기절했을 때 내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 기절을 18세기 풍 꽐라라고 애써 여기며 읽었다. 출생의 비밀과 로맨스와 못된 놈 처벌이 이러구러 밝혀지고 이루어진다. 세 번의 납치와 여섯 번의 기절 동안(정확하진 않다, 대강 하는 말이다), 나쁜 놈들이 나쁜 짓들을 서로서로 까발리면서 도피와 추적과 협박이 개연성을 가지게 된다. 독자 몰래 등장인물들이 과거 가졌던 관계 및 사연이 차차 드러나는 방식 되겠다.
어두운 숲, 황폐한 건축물, 비밀 공간, 관 속 해골, 이상한 일기 쪼가리들, 고딕이다. 그런데 무섭지 않다. 그래서 나는 엉뚱한 호러물이라고 소심하게 주장할 참이다. 유령을 보았기 때문이다. 두둥. 유령은 아네트라는 이름을 가졌다. 있으면서 없는 사람이다. 고단하고 긴 도주 끝에도, 아무 것도 없는 황폐한 곳에서도 고귀하신 분들이 먹고 자고 산책하고 ‘로맨스’할 수 있었던 힘. 하인 페터 부인으로 소개되었으나 페터가 아들린과 함께 떠난 후 아네트는 어떻게 됐는지, 페터도 래드클리프 선생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네트는 유령이다! 다른 말로 그림자. 그림자 노동이라는 말 괜히 마침맞은 게 아니다. (소심하게) 호러 소설 맞지?
“선생님은 정말 제가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을 콕 집으셨네요. 저는 후작을 절대 사랑할 수도 없고 또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만 그분을 존경할 수도 없습니다. 감사를 표하자고 한 사람의 일생 전체를 바치는 건 너무 심한 희생입니다.” (201)
+후주 싫어, 각주로 달아줘요. 특히 이토록 짧고 간단한 주석이라면.

호러 | 김혜영, 권하원, 배예람, 경민선, 이로아 | 안전가옥
장르명을 제목으로 한 앤솔러지다. 공모 작가들은 ‘밀실, 증강현실, 포비아, 휴가, 쓰레기’(5) 다섯 개를 키워드로 받은 모양이다. 밀실과 쓰레기가 만난 것으로 보이는 ‘습습 하’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습습 하가 뭔가. 매운 라면 먹는 소리란다. 글쎄, 짭짭이든 쩝쩝이든 습습이든 먹는 소리 질색인 나로서는 좀 싫은 제목이지만 멋진 작품이기는 하다. 일, 이인 가구, 집 쪼개 세 놓는 현실이 적나라하다. 다름 아니라, 전기 고지서가 옆집이랑 통합으로 나온다. 예전에 이런 집에 살아봐서 와 닿았다. 지금도 이런 데 꽤 있을 걸? 내 경우 글쎄, 초기 몇 달 동안 수도요금이 건물 전체로 나와, 내 평년 요금의 10배는 냈던 기억이 있다... 안물안궁TMI 죄송. 작품에서는 전기요금이다. 문제의 고지서를 ‘우리’(나와 룸메)가 가져와야 5000원 삥땅 칠 수 있다. (나쁜 짓) 이걸 미처 챙기지 못한 달 어느 날 우리는 옆집에 무단 침입한다. (나쁜 짓2) 무얼 본다? (말할 수 없다) 단편에 걸맞게 기발하고 강렬하다. ‘호러’를 여는 이야기로 제격이다. 네 편이 더 이어진다. (좋은 말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그만 씀.
나도 습습 하, 습습 하, 소리를 내다 숨을 삼켰다. 새삼 이상하게 느껴졌다. 옆집의 일이 그저 공짜 계란이 사라졌다는 말로 끝난다는 게, 그게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놀랄 만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발견하고 세상에, 라며 탄식 한 번 한 뒤 바로 잊어버리듯이. 바로 옆집인데도, 직접 봤는데도, 우리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한없이 가벼웠다. (39, ‘습습 하’ 김혜영)

기이한 이야기 | 메이 싱클레어 | 송예슬 옮김 | 만복당
1.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 사후세계가 꿈처럼 펼쳐짐. 아마도 지옥.
2. 징표 : 부인이 죽고서야 친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괴팍한 주인공.
3. 크리스털의 결점 :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염력 혹은 광기.
4. 증거의 본질 : 재혼한 남편 부부에게 전부인 환영이 찾아옴.
5.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 노모의 죽음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에게 노모 환영이 나타남.
6. 희생자 : 살해당한 희생자 환영이 살인자 앞에 나타남.
7. 절대적 세계의 발견 : 사후세계에서 환영들이 나누는 대화. 아마도 천국.
(2021년 한글파일 정리하다 발견하여 옮겨 놓는다.) 1번 악몽 같은 전개는 퍽 멋지다. 기억 속 공간을 헤매고 헤매 도착하는 곳이 호텔방, 별무매력 불륜 상대 옆이라면 어쩌지. 떠나고 다시 떠나도 돌아오게 되는 곳이 호텔방, 별무매력 불륜 상대 옆이라면 어째. 불멸의 지루함이야말로 지옥 아닌가.
이제 두 사람은 우중충한 하얀 침대 끄트머리에 함께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무거운 팔을 양옆에 축 늘어뜨린 채 서로를 피해 고개를 떨궜다. 두 사람의 격정이 견딜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불멸의 지루함이 되어 그들을 짓눌렀다.
“오스카, 언제까지 이래야 해요?”
“나도 모릅니다. 지금 이것이 영원의 순간인지, 순간의 영원인지 나도 모르겠군요.” (47,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죽음, 무의식, 꿈을 같은 편으로 놓은 장치는 7번 작품에도 등장한다. 다만 환한 버전으로. 불륜녀와 불륜남과 주인공 모두 형이상학적 대화를 나누며 행복해한다. 하하. 1번과 7번이 저승으로 들어간 영혼들 이야기라면 (3번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영혼이 이승에 출현하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이나 <에드워드 옴 경> 같은 분위기 있잖은가. 더 특별하게 싱클레어의 환영들은 대체로 친절하다. 이승의 삶을 더 편안하게 해 주려는 듯 열일하신다. 괄호 안에서 제외한 3번은... 이것이야말로 내가 별무매력, 싱겁다고 백자평에 써버리게 한 주범 되겠다. 염력이다! 끝.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 마리아나 엔리케스 |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1. 땅에서 파낸 앙헬리타 : 어려서 죽은 앙헬리타 유령이 ‘나’에게 나타남. 뼈가 묻혀 있던 집이 팔리면서 마당이 파헤쳐진 게 이유였음.
2. 호숫가의 성모상 : ‘우리’가 보기에 예쁘지도 않은 실비아가 멋진 남학생 디에고와 사귀자 시기, 질투.
3. 쇼핑카트 : 빈민굴 노인 술주정뱅이가 동네에 들어와 똥을 눔. 마을 주민들이 쫓아내며 쇼핑카트를 압수함. 이후 마을에 ‘마쿰바의 저주’가 내린 듯 안 좋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져 쇠락함.
4. 우물 : 엄마, 외할머니, 언니의 공포증 치료를 위해 호세피나를 대동하고 코리엔테스의 여사님 혹은 마녀 집에 감. 그날 이후 세 사람은 낫고 호세피나가 공포증을 갖게 됨.
5.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음습하고 퇴락한 동네엔 아이 유령들이 악취를 피우며 득시글댐.
6. 전망대 : 호텔 전망대에 사는 미친 여자 유령(‘위층 여자’)이, 신경이 쇠약한 투숙객 엘리나를 후임자를 간택한다는 얘기.
7. 심장이여,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 심장 페티시스트인 나. 말 그대로 심장을 좋아함.
8. 카르네 : 아이돌 가수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십대 소녀들. 죽은 가수 무덤을 파 살을 먹음. 다른 소녀들이 부러워함.
9. 생일, 영세식 사절 : 은밀한 동영상을 촬영해 주는 사업을 하게 된 남친. 환각에 사로잡혔다는 소녀를 촬영해주고...
10. 돌아온 아이들 : 실종되었거나 죽었던 아이들이 돌아옴. 마을이 온통 이상해짐.
11.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 혼자 지내는 여자 골초 파울라. 조금 떨어진 아파트에 담뱃불 화재. 노년 여성이 불타 죽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음.
12. 죽은 자들과 이야기하던 때 : 위저 보드 게임을 하는 소녀 친구들.
유령과 공포를 빌려온 리얼리즘이랄까. 묵직함이 남는 엔리케스 표 다크 픽션이다. 전작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또한 무섭다기보다 무거운 공포였던 기억이 있다. 젊은 엔리케스 선생 파이팅.

힐 하우스의 유령 | 셜리 잭슨 |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제비뽑기>와 <우리는 언제나 성>에 이어 <힐 하우스>로 잭슨 선생 마무리했다. 무서움으로 치자면 단편 ‘제비뽑기’가 최고이나, 으스스한 집 기운은 오래 이어져 <샤이닝>과 <대불호텔>까지 내려온 셈이다. 잭슨 선생은 작품 못지않게 자기 실제 삶도 꽤 알려져 있는 경우라, 강화길 작가도 인천까지 그이를 데려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남편을 매니저 삼아.
엘리너는 아이처럼 생각했다. 너무 추워. 머릿속이 이렇게 소리로 요란하니 다시는 잠들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듣는 거지? 나는 이 집에 조금씩 조금씩 흡수되고 있어. 이 소리에 내 몸이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 나가겠지.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도 두려워할까? (304)

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 문학동네
네, 이제 알겠어요.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게 되었다는 걸요. 당신들에게서는 어떤 얼굴이 보여요. 외롭고 고독해서, 한 번 만난 이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사람.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에게 실망하고 자리를 떠나온 사람.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 아아, 그건 내 얼굴이에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결국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가 여기에 함께 있네요. 부유하고 있어요. (208)
그렇다고 한다. 대불호텔에 잭슨 선생을 등장시킨 게 멋졌다. 사실은 고딕 형식을 빌린 작품 안에 전쟁과 인천과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 우리 가난함,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 아등바등 살려는 의지가 다 들었다. 다만 ‘자, 옛다, 사랑!’ 식으로 끝맺는 게 좀 못마땅해 결말은 안 본 척, 모른 척했다. ‘나를 거쳐 간 사람이 많습니다’로 시작하는 독후감을 알라딘에 썼다. 5만원인가, 3만원인가 적립금 받아 책 샀다.

세 번째 호텔 | 로라 밴덴버그 |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문학동네는 ‘번’ 앞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가. 표지부터 내지까지 줄곧 ‘세번째’ 호텔이다.) 클레어는 혼자 쿠바 여행 중이다. 죽은 남편을 다시 본다. 살아서 생활하는 모습이다. 쿠바 공포영화제, 좀비.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미국에서 같이 살 때는 몰랐던 남편인 건가. 하기야 누군들, 누군가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죽은 자를 보내는 의식이랄지 애도랄지 그렇게 여기며 읽었다. 하트 크레인, 조라 닐 허스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같은 시인, 작가가 언급되는 걸로 봐서 밴덴버그 선생의 취향을 알 수도 있겠다. 와중에 더욱 반가웠던 이름이 있다. 어떤 남자가 혼자 앉아 보고 있는 <포켓판 외딴섬의 지도책>이다. 유디트 샬란스키의 ‘내가 가보지 못한, 그리고 절대 가볼 일 없는 50개의 섬들’이 부제인 책! 밴덴버그 선생 이 책 되게 좋아하나 보다. 나도나도.
그는 일출과 히치콕과 겨울 산책과 감초 사탕을 사랑했다. 클레어는 이런 식으로 무한히 나열할 수 있었지만, 타인을 안다는 것이 고정불변하는 상태가 아님을 이해했다. 안다는 것은 유동적이고, 말로 형언할 수 없고,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의 정확한 위치, 즉 앎이 끝나고 모름이 시작되는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경계를 넘어선 다음에야 경계에 도달했음을 알게 된다. (167)

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 민음사
<밤의 여행자들>을 호러 카테고리에 넣어버림으로써 스포했다. 재난 관광이다. 화산 폭발이나 홍수 장소를 찾아 셀카 찍는 실제 인물들이 뉴스가 되기도 하더라만. 어째 저럴까 싶은 심리를 어째 잘 이용하는 재난 관광 전문 여행사라고 어째 없겠나. 그런데, 설마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다. 냉정하고 가차 없다. 낯설고 매력적이다.
쓰나미가 무이를 뒤흔드는 동안 몇 백 년을 견딘 나무들은 뿌리로 악어들을 감싸 안았다. 날이 밝은 후, 악어들은 그 섬에서 살아남은, 대부분의 사람이 되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는 대사가 없었다. 연습한 대사도 없었다. 특별한 사연도 없었다. 리허설도 수당도 없었지만 깨진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듯, 이야기들은 바다로 흘러나왔다. (218-219)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 그래디 헨드릭스 |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제목 참 발랄하다. ‘북클럽’ 나오고 ‘뱀파이어’ 나오고 ‘처단’ 나오고 유령까지 나온다. 고어, 시체, 언데드 다 나오는 와중 아니나 다를까 고구마 클리셰도 어김없다. 주인공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 거. 두 가지가 있겠다. 혼자 미친 사람(또는 영웅)이 되든지, 다른 사람들을 끝까지 설득하든지. 여기서는 후자다. 여성 연대와 노동이, 공고한 남성 호모소셜에 균열을 내는 게 멋지다. 그로테스크한 마지막 장면은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 도입부와도 만난다. 북클럽, 그리고 뱀파이어 소재인 만큼 <드라큘라> 패러디 혹은 오마주가 ㅋㄷㅋㄷ재미있었다고, 메모에 남아 있다(기억에는 없다).
“개차반 같은 남자가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말을 뱉을 순 있죠.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면 뭐든 해줄 거예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뻔히 보이는 걸 믿지 않는다면 당신만 바보가 돼요. 이 사진 속 남자는 그예요. 우리한테 속삭인 건 미스 메리고요. 남들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본 걸 믿어요.” (423)

언데드 다루는 법 | 욘 A. 린드크비스트 |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엘뷔는 손녀 바로 옆에 가서 앉았다. “뭘 하시던가요?” 플로라의 그 말에 엘뷔는 한숨 돌렸다. 정신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뷔는 답을 알고 있었다.
“내 생각엔.” 그녀가 말했다. “살아 있는 척을 하는 것 같아.” (91)
즉시, 너무나 쉽게 타자화해 버릴 수 없는 언데드를 상상해보라는 제안 같다. ‘구원’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기억, 사랑, 죽음을 합치면 그게 될 듯도 하다.

경계선 | 욘 A. 린드크비스트 |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1. 경계선 : 북유럽 신화 속 트롤이 인간 세상에 끼어들어 삶.
2. 언덕 위 마을 : 기울어지는 아파트 건물. 하수구 속 문어 괴물.
3. 임시교사 : 로봇 선생 베라. 핑크 플로이드 음반 속으로 들어감.
4. 지나간 꿈은 흘려보내고 : <렛미인> 외전. 카린과 스테판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함.
5. 마지막 처리 : <언데드 다루는 법> 뒷이야기. 플로라와 엘뷔 재등장. 부활자 영혼들을 구원함.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비정상’ 혹은 소수자 또 혹은 약자를 포용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특히 여타 다른 뱀파이어, 언데드물과는 차별되는 격이 멋지다.

인 더 백 | 차무진 | 요다
나체의 동민이 아내 앞에 우뚝 섰다.
아내는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앉아 그를 보았다. 아니, 보는 것 같았다.
아내가 농담했다.
--울 신랑, 여전히 큰데. (83)
키 크고 물건도 큰 ‘울 오빠’(남매가 결혼한 줄)는 엄청난 능력자. 자극성과 반전에 기댄 억지 비장함.

낯익은 괴물들 | 김종광 외 8인 | 폭스코너
촉법소년, 성 착취, 인공지능 세 가지 테마 각각 세 편의 단편소설이 엮였다. 무섭고 화가 난다. 무섭고 화가 나서 후딱 읽게 된다. 후딱 읽다가 듀나 작가 SF에서 겨우 숨통 텄다. 이렇게-->헥헥. 밑줄 친 문장은 없네.

신의 아이 | 코맥 매카시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응? 감히 코맥 매카시 ‘순문학’을 호러 카테고리에 넣다니? (무서웠어요) 위 모든 작품들 보다 더 호러블한 매카시 선생이다. 어쩌면 호러 장르로 분류되지 않아 더 충격이 컸겠다 싶다. 희한하지, 빌어먹을 개자식의 일대기를 보는데도 고매해. 매카시 맛이란 것은. ‘아니, 그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까운 인간들이었어. 죄다 삼백육십도 개자식들이었다고. 이건 우리 아버지가 쓰던 말인데 어디에서 보나 개자식이란 뜻이야.’(202) 개자식 아니고 신의 자식. 마흔에도 매카시의 비정함은 여전했음.
어쩌다 보니 호러 모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