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끼 Smoking

반짝이끼 - 8점
다케다 다이준 지음, 박은정 옮김/문학과지성사


처음 만나는 다케다 다이준. ‘섬’ 나라 일본을 지형학적으로 새삼 느끼게 되는 바다 냄새다. 풍광 묘사와 강렬한 서사가 거의 코맥 매카시가 연상될 정도. 매카시보다 앞선 작가(1912~1976)이니 실례일지 모르겠다만 이이를 이제야 알게 건 이제야 우리에게 정식으로 소개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산세계문학총서 142. 네 개의 중편으로 왔다.


‘사막과도 같은 바다’ 이미지. 일상이고 자치공간이면서 동시에 고립된 장소, 섬, 유배지에서 보일 법한 인간상을 본다. 과거 범죄인을 고용하여 함께 생활했던 섬에서(「유배지에서」), 승려 준비생들의 집단에서(「이질적인 존재」), 거의 공산주의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는 어촌에서(「바다의 정취」), 출전 중에 난파된 배에서(「반짝이끼」).


낯섦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충돌이 필요할 터. ‘외부인’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섬의 과거 소년 고용인이거나(「유배지에서」) 절 바깥의 철학자 또는 순응하지 않는 수행자이거나(「이질적인 존재」), 결혼을 위해 도시를 떠나 섬 마을로 이주해온 새색시이거나(「바다의 정취」), 희곡의 연출자나 독자(「반짝이끼」)가 맡은 역할이 그것이지 싶다. 비릿한 냄새 속 생경함이 또렷하다. 반짝이끼의 광휘인가, 아름다움 같기도 하다.


우리는 원인도 모르는 가혹한 형벌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날 오타케는 집요했고 미치광이와도 같았다. (…) 절뚝거리고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도망 다니면서 겨우 그 말 한마디를 나는 생각해냈다. “이 개자식! 니놈도 유배인이잖아!”라고 소리를 쳤다. “니놈도 이 섬에서 뒈질 거라고. 개자식아!” 한순간 휘두르던 쇠막대기의 움직임이 멈췄고 대지를 태우는 태양의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변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52,「유배지에서」)


 

테트리스: 세계를 정복한 작은 게임 NoSmoking

테트리스: 세계를 정복한 작은 게임 
박스 브라운 지음, 김보은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알렉세이는 뇌의 ‘어떤 지점’을 건드렸다. 이 게임은 본질적으로 플레이어의 전전두엽 피질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게임을 하고 싶어 했다. (79)


이른바 중독성 게임 테트리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예전에 ‘카더라’ 소문에 의해 러시아 소년이 뚝딱 만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네. 1984년 당시 모스크바 과학 아카데미에서 근무하던 엄연한 29세 컴퓨터 과학자가 심심풀이 삼아 만들었단다. 그 이름 알렉세이 파지노프. 옆에는 같이 심심해하던 짝꿍 과학자 블라디미르 포힐코도 있었다.

5쪽


소련 시절이어서 서방과의 판권 문제가 얽히고설켰던 모양이다. 닌텐도를 비롯한 게임기 시장이 막 형성되던 때이기도 해서 작은 게임이 ‘세계를 정복’했다는 아름다운 얘기……인 것 같은데, 이 귀엽고 건조한 그림체 아래 죽음이 두 건이나 출현하는 건 의외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쓱 지나가는 저자가 야속하다. 짝꿍 블라디미르 어떻게 된 거야.ㅜㅜ


검색하다보니 파지노프 씨는 방한한 적도 있구나. 내가 알지 못하는 게임 세계의 무슨 행사였던가 보다. 1956년생이니 지금도 활발하시겠다. 미국으로 건너가 행크 로저스와 ‘더 테트리스 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질 낮은 복제품들에 제한을 가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33년 된 클래식이다. 스토리도 없고 그래픽도 단순한데, 그게 오히려 빼어난 예술성인 듯. 애초에는 정사각형 5개로 이루어진 ‘펜토미노’ 도형들의 퍼즐이었다가 4개 ‘테트라’로 바꾼 과정이 획기적이었던 것 같다. 단순해서 사랑스럽다, 전전두엽이 좋아한다.




체르노빌의 봄 NoSmoking

체르노빌의 봄 - 10점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이미지프레임

7쪽


체르노빌로 떠나는 만화가 엠마뉘엘 르파주의 손에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가 들려 있다. 어떤 참상을 보게 될지 독자 뿐 아니라 저자 자신도 모르는 채이다. 표지를 열기까지에 가장 큰 각오가 필요했다. 떠나기 전, 손에 근육긴장이상을 일으켰던 저자와 비슷했다면 과장이겠지만, 저자의 긴장감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느꼈다. 잿빛 연속의 이미지들을 기대했지 싶다. 저자 역시 아마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점차 색을 입어간다고 할지. 긴장이 풀어진다고 할지. 마음이 놓인다고 할지. 그래, 아름다운데. 이 모순을 어떡해야 할까. 경이로운 자연의 회복력과 삶. 우리가 자연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는 마음이면 되지 않을까. 1986년 원전폭발사고 20여 년 후 르파주가 그린 체르노빌. 이제 30여 년이 흘렀고 우리 고리원전 1호기는 그제 날짜로 영구 정지됐다. 1977년 완공 후 40년 만의 결단. 우리가 자연에 도대체 할 뻔했던 무슨 짓 하나는 일단 예방한 셈이다. 다행이고, 미리 아름답다.


질다스, ‘체르노빌은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말에 모순을 느낀다. 하지만 내 그림이 그렇게 보여주고 있다. (129)




네 사람의 서명 Smoking

네 사람의 서명 - 8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권도희 옮김/엘릭시르


“내가 여러 번 말하지 않았나? 불가능한 일들을 하나씩 제거한 뒤에 마지막에 남는 것이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더라도’ 진실이라네.” (80)


셜록 홈스 두 번째 장편. 미국 모르몬교에서 소재를 갖고 왔던 <주홍색 연구>에 이어 이번엔 식민지 인도에서 데려온 보물과 범죄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인도 원주민에 대한 차별적 묘사가 없는 건 아니다. 감안하고. 전지적(?) 시점을 사용하여 지난 얘기를 들려주었던 <주홍색 연구>와 달리, 이번엔 범인의 입을 통하여 직접 전사를 듣게 된다. ‘최선의 변호는 진실을 말하는 것’(169)이라 생각하는 범인에까지도 정감이 간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매력이 내게는 그렇더라, 배배 꼬이지 않은 사람들. 죄는 범했으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이들.


첫 장편에서 내가 가장 솔깃했던 홈스의 담뱃재 논문(『다양한 담뱃재의 특징』이 그 제목이다!)과 발자국 연구가 다시 거론되기도 하고 지난 번 사건의 범인과 경찰들 이름이 재등장하는 등 ‘시리즈 적’ 재미가 더해졌다. 게다가 로맨스가 출현해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된 점은 유명하다. 물론 왓슨-모스턴의 사랑(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이런 장면이 더 좋더라.


“(…)이제 곧 모든 사실들이 밝혀질 거야. 이보게, 왓슨. 자네 많이 지친 것 같군. 소파에 눕게나. 잠들 수 있게 도와주지.”
내가 소파에 눕자 홈스는 방구석에 놓여 있던 바이올린을 가져와 꿈같은 멜로디를 나지막이 연주하기 시작했다. (130-131)


브로맨스. 드라마 <셜록>을 안 봐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듣기로는 이런 면모가 잘 표현된 듯. ‘사랑도 명예도’ 제 몫이 아니고 제겐 오직 코카인병만 남은 셜록의 우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죽음과 부활의 운명을 아직 알지 못하는 셜록에게는, 후대의 독자로서 왠지 반칙하는 느낌이 들지만.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NoSmoking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사계절


원제가 <악의 힘>이란다. 읽다가 보니 이미 읽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럴 리는 없고. 애덤 모턴의 <잔혹함에 대하여>(돌베개, 2015)와 많이 비슷했던 모양이다. 애덤 모턴 책의 원제는 <악에 대하여On Evil>이니 그럴 법도 하겠다. 국가의 악으로 악악거렸던 시절을 우리 손으로 끝낸 지금 읽는 마음이 조금은 여유롭다. 최근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들을 소개하는 ‘우리 안에 있는 악’으로 시작하여 나치 독일, IS 같은 ‘악의 축’을 거쳐 조직과 자본주의 즉, ‘시스템 속의 악’까지가 1장, ‘악의로 가득한 세상’이다. 이후 몇몇 소설과 성경을 환기하는 차분한 목소리가 4장까지 이어진다.


공허감이 배태하는 악, 관계를 결여한 병이란다. 내 경우 저 공허감의 징후는 책을 읽어재끼는 건데, 요즘이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에게는 악‘질’을 부리기도 했다. 그나마 책이 아니었으면 구원받지 못할, 못돼 처먹은 내 영혼이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상대방의 ‘선의’ 또한 나한테는 ‘악’이 될 수 있지 않나. 글쎄. 잘 모르겠다. 일단은 책이나 더 읽으련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 그러니까 결론은 반전 없이, 모두가 아는 바이겠다. 악이 ‘진부’(한나 아렌트)한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한 진부함이 답일 수밖에 없기도 하리라.

 

악의 이상야릇한 모습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자유, 타자와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관심을 돌리고 자기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 서로의 자유를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사회를 사는 의미가 아닐까요. (175, 에필로그)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Smoking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열린책들


세풀베다의 2015년 작품. 지금의 칠레 아라우카니아 주에 해당하는 지역 마푸체인들이 외지 사람들로부터 쫓겨나는 배경의 이야기로 마푸체족 전래동화인 모양이다. 야만은 문명의 반대말이 아니라 비슷한 말이 되기 십상임을, 개의 시선으로 본다. 삶과 자연에 대한 충직함, ‘아프마우’를 본다. 그래, 야만은 오히려 자연의 반대말일 수 있겠다. 눈비와 안개, 때로는 천둥 번개가 몰아치기도 하는 숲의 흙과 돌과 풀과 동물들이 그립다.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12)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데도.


<마푸체>는 대지를 의미하는 <마푸mapu>와 사람들을 뜻하는 <체che>가 합쳐진 말로, 번역하자면 <대지의 사람들>이 된다. (7)



 

종종 마시는 포도주가 ‘대지’였구나. 응구네마푸에게 감사를.



 


주홍색 연구 Smoking

주홍색 연구 - 8점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셜록 홈스 시리즈 첫 작품으로 1887년 작이다. 이후 유명세를 떨치게 될 베이커 스트리트 221B번지와 왓슨 박사의 소박한 첫 등장이 새삼 반갑다. 지금에야 익히 알려진 홈스의 분석적 추리가 1부였다면 2부에서 분위기가 싹 바뀌어 범죄 동기가 설명된다. 20여 년의 사연과 구원(舊怨)의 이야기. 오늘 사형(私刑)의 형태로 나타난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셈이겠다. 홈스가 ‘역행 추리’ 기법으로 범인을 점지하고 등장인물과 독자들의 눈앞에 그이를 척하니 데려다 놓은 다음 좌르르 펼쳐놓는 과거. 이 2부야말로 이야기꾼 도일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빠른 진행 속 범죄 동기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스칼렛scarlet 연구. ‘주홍 글자’나 스칼렛 오하라 연구일 리는 없고, 너무 유명해서 읽지 않았을 터 없다며 읽었다만, 읽은 지금에도 이게 두 번째인지 처음 읽은 건지는 모르겠다. 심령술 따위와 상관없던 시절 젊은 아서 코난 도일이 반가웠고, 담뱃재 관련 논문도(보고 싶군) 쓴 데다 신발 패티시, 아니 발자국 전문인 홈스도 반가웠고 40여 년 짝꿍이 될 그이에 대해 이렇게 혼잣말하는 왓슨 박사는 더 반가웠다.


“영리한 사람임은 틀림없지만 오만하기 짝이 없군.” (44)



포도주색 연구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 Smoking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 - 8점
곽재식 지음/에픽로그


멋진 제목 좀 봐. 동명의 첫 단편 외 「잠자는 숲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과 「미노타우르스의 비전」이 같이 묶였다. 명랑하고 사랑스럽다. 영리하고 따뜻하다. 산만한가? 싶은데 그 또한 매력으로 여겨져. 우주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주제에, 가끔씩 툭툭 튀어나오는 향수 어린 어휘들 ‘개장수’나 ‘오리고기집 사장’ 같은 상황은 무척이나 귀엽다. 가벼운 터치 같지만 인간과 로봇, 예술, 삶의 의미,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부터 비인간인가 하는 질문까지도 품고 있다.


화가가 등장하는 첫 단편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변주라고 해도 될 만큼 오스카 와일드 격의 미학적 추구와 타락이 고스란하다.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의 은둔 갑부는 교만한 철학자 같기도 하다. 인간 고통의 원인은 삶이니 생명, 아니 지성의 싹을 자르려 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생겨버린 지능의 딜레마 상황. 그리고 도덕성의 발달과 묘하게 얽힌 교조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을 문제 삼는 세 번째 이야기까지. 우주는 넓고 이야기는 많다. 티격태격하는 미영과 양식은 영원하라. 곽재식 작가는 아마 따뜻한 과학자일 게다. 한손에 들어오는 책 크기가 이렇다. 표지가 예뻐서 그대로 수첩 삼고 싶다.


울음을 멈춘 로봇이 다시 말했다. 로봇은 다시 의식이 없고 인생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진 컴퓨터가 될 만큼 프로그램을 적절히 망가뜨려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러면 의식을 가지고 있고 고민하고 고통 받는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 진흥 은하계에서 다시 다른 강아지 로봇이 되어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4,「잠자는 숲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


 

0616: 알라중고 술이깰때까지자시오


 새 책 팔고


온라인알라 사은품으로 득템한 티라미수와 오늘의 커피 먹고 마셨다. 커피 주문 받는 이가 (서비스)쿠키가 남아있나, 저장고(?)를 확인하는 품이 사랑스러웠다. (마지막 하나가 그릴 위에 얌전하게 앉아 있더라. 새 한 판이 곧 나왔기를.) 티라미수 첫 입과 커피는 거의…… 오르가슴. 박카스 두 병을 마신 듯한 에너지가 콸콸콸. 할배폰이 계속 전자책 다운로드에 에러를 일으켜 크레마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참이다. 사운드 다음 버전 카르타 플러스가 예판 중인데 가격이 훌쩍 올라버렸더라. 역시 포기하라는 뜻인가. 크레마 만큼 작아, 가방 안에 잘 숨어 있던 곽재식 작가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 단편 하나 읽었다. 쿠키는 냅킨에 고이 싸 넣어왔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Smoking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8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이발이라는 말을 좋아해서 즐겨 쓴다. 무엇보다 ‘머리칼을 자른다’거나 ‘머리칼을 다듬는다’는 긴 말보다 경제적이고 박력 있어서다. ‘이발소’만 해도 정겹고 좋은데 바다까지 품고 있는 제목에, 첫눈에 반하듯 매료됐다. 제목의 첫인상을 배반하지 않는 내용이 고맙다. 일본 작품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닌데 가끔 만나는 이런 담담함은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점이다. <우연한 산보> 비슷한 여운. 슬픔과 상실감과 애틋함이 종국에는 감동스럽다.


여섯 개의 단편이 거의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작가가 유심히 그렇게 한 것도 같다. 마치 누구도 소외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자식을 잃은 부모, 어머니를 외면했던 딸,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나보는 장성한 아들, 부부 싸움하는 젊은 커플, 가출한 어린이, 노부를 잃은 장년 아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웬만한 당신과 나 들 말이다. 거울에, 탁 트인 바다가 비쳐 보이는 이발소에서 싹둑 싹둑 이발하고 싶다. 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니.


받으려 하지 않는 이발삯을 간신히 지불하고, 나는 낡은 앨범을 덮듯이 유리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주인의 목소리가 등 뒤로 날아왔다.
저,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앞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는지 신경이 쓰여서. (143,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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